직접 골라 구매한 책은 아니라서 그런지 자발적으로 읽으려는 의지가 부족했다. 완독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완독'을 하는 게 정말 의미있는 걸까?에 대한 의문이 크게 들었다. 그 전까지는 그래도 한권의 책을 완독한다는 것, 그리고 완독한 책에 대해 어느정도 글로 정리한다는 것을 꽤 중요하게 생각하고 필요하다고 생각 해왔다. 하지만 이번 책은 다 읽고나서도 크게 남는게 없다는 느낌과 함께 북리뷰를 남기려니 막막함이 가득하다.
책 소개
이 책은 인간의 뇌가 합리적으로 보이려 노력하지만, 실제 비합리적인 일들이 상당수 일어나는 사례와 실험을 보여준다. 클루지. 이런 현상을 클루지라고 표현하고 있다. 쉬워보이지만 그 뜻이 쉽게 와닿지는 않는다. 책을 완독한 후 다시 앞표지로 돌아가 클루지가 정확히 뭐였지? 하며 다시 한 번 뜻을 읽어봤다. 그런데 가만 보니 내 행동이 바로 클루지였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가 클루지인데 완독하고 나서 드는 생각이란 게 그래서? 클루지가 뭐라고? 하는 꼴이 되고 만 거다. 인간이 가진 한계라고 이해하면 이해가 좀 더 편할 것 같다. 책의 맨 처음엔 우리가 가진 척추에 대해 이야기한다. 직립보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 척추로 인해 고통스러운 요통을 감당해야 하는 인간의 신체구조는 완벽한 신의 창조물이 아니라고 한다. 진화의 과정 속에서 기존의 것에 새로운 것이 끊임없이 덧붙여지면서 선택된 결과물이 오늘날 우리의 모습이다. 자연은 우리가 완벽해지는데 전혀 관심이 없다. 다만 적응하고 생존하기에 적당한가에 신경 쓸 뿐이다. 우리의 뇌 또한 그런 식으로 발전해 왔다. 우리의 기억력이 터무니없이 나쁜 이유가 그것을 증명해 주는 증거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도 애매한 표현이 너무나 많다. 우리는 자주 실수를 저지르고 뭐든 잘 까먹고, 쉽게 남을 험담하고, 있지도 않는 것을 진실이라 철석같이 믿어버리는 어리석음에 자주 빠진다. 지극히 합리적이고 자율적안 사고 과정을 통해 내린 판단과 선택들이 사실은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는 특정한 상황, 일상의 패턴, 누구에게 들었던 단어, 책에서 자주 접했던 이야기들, 그날의 기분과, 바로 전에 누군가와 나눴던 대화에 큰 영행을 받아 내린 것들이 태반이다. 클루지를 이겨내는 13가지 제안이 마지막 장에 소개되어 나온다.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다는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깨어 있는 삶을 살아라' 이다.
*이 책은 번역체로 쓰여 있어 생각보다 읽기가 어렵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를 바탕으로 쓴 책이지만 이론적인 부분과 번역체로 한 페이지를 나아가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한 번에 이해가 되지 않아, 먼저 읽었던 페이지를 열어보느라 시간이 많이 걸린다.
저자소개
개리 마커스 Gary Marcus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23살에 MIT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30살에 교수가 된 천재 심리학자. 뇌과학과 진화심리학, 언어학 등의 분야를 넘나드는 학자인 그는 스티븐 핑커의 지도 아래 뇌와 인지과학을 연구하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2016년에는 우버Uber에 인수된 인공지능 스타트업 지오메트릭 인텔리전스를 창업했다. 현재 뉴욕대학교 인지 심리학 교수이자 우버의 AI 연구소장을 역임하기도 했으며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네이쳐>, <사이언스> 등 유수의 일간지와 학술지에 글을 게재한다.
감상평
너무나 방대한 주제들이 한권의 책에 담겨있다. 그 중 일부 내용은 예전에 읽었던 '생각에 관한 생각'과 중복되면서도 다르게 표현되어 있다.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는 시스템1과 시스템2로 표현되는데 '클루지'에서는 선조(반사) 체계와 숙고 체계로 분류하여 설명하고 있다. 차이점은 '생각에 관한 생각'은 이 2가지 시스템을 기본 주제로 잡아 전체 내용을 전개하는데 '클루지'는 이외에도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선조 체계와 숙고 체계는 인간의 클루지를 설명하기 위한 이론 중 하나로 활용될 뿐이다. 언급되는 이론과 사례가 너무 많다. 인간은 언제 행복한지,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인간에게 항상 이롭지만은 않은지, 인간의 의사결정이 얼마나 허술하게 일어지는지 등 분명 기억해둘만한 내용들이 있지만 그렇다고 다시 정리하기엔 쉽지 않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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